그녀의 휴대폰을 본 건 우연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생활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건 부부 간에도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날, 그녀는 비밀번호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채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알림창으로 뜬 메시지 하나.
[오늘도 보고 싶어요. 당신 품에 있으면 세상이 다 잊혀져요.]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내진 그 문장 하나로, 나는 무너졌다.
화면을 눌렀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렸다.
그녀는 ‘상간남’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사랑해요’, ‘오늘 밤은 그쪽 집으로 갈게요’, ‘아이랑 남편은 잠든 시간이라 괜찮아요’.
내가 키운 가정의 평화는, 그 짧은 문자 몇 줄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나와 아이 옆에서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그 눈빛이 더 이상 예전의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품고 있었고, 나는…
나는 그저 착한 남편, 좋은 아빠의 껍데기를 쓰고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며칠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이 때문이었다.
그 작은 생명에게 이 잔혹한 현실을 알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참았다.
그래서 나는 울지도 못했다.
그저 밤마다 거실 소파에서 혼자 앉아 맥주를 마셨다.
TV에서는 박형식이 나오는 ‘보물섬’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가 짊어진 과거에 공감했다.
“책임이라는 말, 참 무겁네요.”
드라마 속 대사가, 지금의 내 마음 같았다.
결국, 그녀에게 말했다.
“이거, 어떻게 설명할래?”
그녀는 핑계를 댔다.
처음엔 울었고, 그다음엔 침묵했고, 결국엔 ‘외로웠다’고 했다.
“내가 당신을 위해 모든 걸 했다는 거, 몰랐어?”
나는 물었다.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다른 집에 갔다.
친구 주태가 치킨과 맥주를 준비해줬다.
“야, 형. 근데 솔직히 말해봐.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겠냐?”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엔 황동주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사랑은 충동보다 진심이 오래가는 것.’
나는 그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외도를 하지 않았다.
그녀처럼, 본능에 무너지지 않았다.
며칠 후, 그녀의 친정에 갔다.
상황을 설명했고, 증거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탓했다.
“남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 없었겠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은 결국 자기 가족 편을 드는 법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정의를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변호사를 찾았다.
“상간남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 양육권과 주거권도 지킬 겁니다. 제가 아이를 키울 겁니다.”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서류를 정리했다.
이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럽고 아픈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배웠다.
사람은 믿는 대로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
책임은 감정보다 더 강력한 무기라는 걸.
나는 뉴진스 논란을 보며 생각했다.
무대는 멋졌지만, 책임 없는 선택은 결국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는 걸.
SNS가 떠들썩해도, 결국 중요한 건 진심과 책임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충동을 이기는 사람이고,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임영웅이 말한 “내가 나를 휘어잡는 삶”,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아이의 등굣길을 바라보며 혼잣말한다.
“오늘도, 나는 참았다.”
나는 그 말을 자랑처럼 여기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내가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존엄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아직도 내 앞에서 죄책감보단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그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냈고,
더는 미련이 없다.
사람이 사람다워진다는 건,
무너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자기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왜 복수하지 않았어요?”
“복수는 감정이고,
책임은 삶이니까요.
나는 감정보다 삶을 선택했습니다.”
#아내외도 #상간남소송 #이혼과정 #가정파탄 #책임있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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