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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부터 감정 회복을 위한 자기 돌봄 방법

한해동안 2025. 6. 21. 01:57

아내의 외도를 처음 알았을 때,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하얘졌다.

그녀의 카톡 대화, 상간남의 이름이 저장된 목록, 그리고 둘 사이 오간 사진과 말들.

아, 이건 꿈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 앞에서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존심, 삶의 방향마저 놓아버린 채

그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실은… 그녀가 웃으며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조차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그 남자 품에 안긴 네가,

지금 내 아이를 안고 웃을 자격이 있나…?”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한 채

나는 주방에 물컵을 가지러 가는 척, 거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날 이후, 나는 무너졌다.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고,

아침이면 아이 앞에서 억지로 미소 지었다.

머릿속에선 감정이 요동쳤다.

‘분노, 수치, 자책, 불안, 슬픔, 혼란…’

그리고 다시 자책.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그녀가 외로웠나?”

“난 좋은 남편이 아니었나?”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국 나를 더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매일 10분씩, 감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아침 그녀를 보는데,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죄책감이 든다.”

그 문장을 쓰는 동안, 눈물이 멈췄다.

그건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는 첫걸음이었다.

이름을 붙였다.

‘오늘은 내 안에 분노 씨가 올라오네.’

‘수치심 군단이 머릿속에서 파티를 여네.’

감정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하니, 조금은 숨 쉴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들을,

비공개 메모장에 날것으로 쏟아냈다.

“그녀가 상간남과 같은 침대에 누웠다고 생각하면 토할 것 같다.”

“그 상간남, 나를 똑바로 본 적도 없으면서 감히…”

욕설도 섞였고, 비속어도 있었지만,

그 감정을 ‘허용’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의 공간은 넓어졌다.

하지만 감정만 다스린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불면증.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자도 새벽 두세 시면 깼다.

눈을 감으면 둘이 웃던 모습이 떠올랐고,

그 남자의 얼굴도,

그녀의 메시지 속 그 단어들도 생생히 재생됐다.

그래서 두 번째 루틴을 만들었다.

몸부터 회복하자.

아침이면 무조건 걷기.

처음엔 5분, 나중엔 15분, 그리고 30분까지 늘렸다.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세로토닌이라는 단어를 믿기로 했다.

자기 전엔 복식호흡을 했다.

누가 보면 웃기겠지만,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밤의 고통을 절반으로 줄여줬다.

그리고 ‘회복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루틴을 정했다.

아침엔 따뜻한 미역국.

점심엔 견과류와 함께 간단한 과일.

저녁엔 조금이라도 따뜻한 국물 음식.

음식을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이 쌓였다.

세 번째 루틴은 자존감 회복이었다.

가장 어려운 과정이기도 했다.

그녀의 외도는

나라는 사람을 부정당한 느낌을 남겼다.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고,

누군가에게 버려진 존재로 느껴졌다.

그래서 ‘내 편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혼자 있는 밤에, 익명 커뮤니티에 내 이야기를 털어놨다.

누군가가 ‘나도 그랬어요’, ‘당신 잘못 아니에요’라고 댓글을 달아줬고,

그 한 줄 한 줄이 구급약처럼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감정 표현 도전을 했다.

‘1일 1글쓰기’를 시작했고,

‘감정 요리’를 시도했다.

그날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 계란말이,

속이 시커멓게 타는 기분이었던 날 만든 김치볶음밥.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감정을 밖으로 꺼내 삶에 녹이는 일은

자존감을 조금씩 되찾는 일이었다.

마지막엔 항상 이 문장을 썼다.

“나는 나의 엄마처럼 나를 돌볼 것이다.”

처음엔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니

‘내가 날 안아줘야겠다’는 감정이 생겼다.

그래서 가끔은 거울을 보고 말한다.

“이 감정은 사라질 거야.

지금은 그냥 안아주자.”

그 말을 들으며 눈물이 났다.

슬픔이 아닌 위로의 눈물.

나 자신에게서 받은 첫 번째 위로였다.

나는 여전히 그날의 상처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상처를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다른 ‘삶’을 덧입히는 것.

그녀는 여전히 내 앞에서 모른 척하고,

상간남의 이름은 더 이상 입에 오르지 않지만,

내 안의 나는 매일 조금씩 회복 중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지금 그녀의 외도 앞에서 쓰러졌다면,

이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오늘도, 나는 내 감정과 함께 걸었다.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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