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에게 배신 당한 날
창밖에 햇살이 쏟아지지만, 나는 여전히 커튼을 닫은 채 살고 있다.
이상하게도 어둠이 편해졌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그날 이후, 나는 눈을 감고 사는 법을 익히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내 옆에 있다.
같은 공간, 같은 공기, 같은 테이블.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는 더 이상 내 아내가 아니다.
그날, 우연히 본 메시지 하나.
‘오늘 애 데려다주는 길인데, 저녁엔 뭐 먹을까?’
처음 보는 이름, 내가 알지 못했던 여성.
그리고 그 메시지를 주고받은 상대는,
나의 아내였다.
그 순간, 나는 멈췄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장면이 스쳐갔다.
그녀의 늦은 퇴근,
갑자기 바뀐 비밀번호,
금요일 저녁마다 사라지던 시간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왜 하필 저런 놈이었을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잘해주고, 믿어줬는데.
나는 상간남의 얼굴조차 모르지만,
그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빼앗아갔다.
아니, 빼앗은 게 아니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그의 품에 안긴 것이다.
이제 와서 그녀는 말한다.
“그냥 잠깐 흔들렸던 거야.”
“당신한테 실망한 건 아니었어.”
“그 사람은 그냥 위로가 필요했을 뿐이야.”
그 모든 말이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바보 같았다.
왜 그 징후들을 다 지나쳤을까.
왜 그 흔적을 무시했을까.
이혼을 고민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자녀가 없지만,
함께 쌓아온 시간은 10년이었다.
함께 웃던 사진들,
그녀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이거 진짜 맛있다” 말하던 내 모습.
그건 거짓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었다.
어떤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어떤 신뢰는 그렇게 부서진다.
요즘은 유독 연예인 뉴스에 민감해진다.
누군가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고,
누군가는 초심을 잃지 않고 무대 위에서 찬란하다.
그걸 보며 나는 문득
“나는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임영웅은 브랜드평판 51개월 1위라던데.
아이브는 차트를 뒤흔들고,
지드래곤은 컴백과 동시에 정상에 올랐단다.
그런 이들의 기사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보다,
그들은 서로를 배신하지는 않았겠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모르는 일이지만.
사랑과 신뢰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생을 지탱하는 기둥이란 걸
이번 일을 통해 절절히 깨달았다.
어느 날, 나는 거울을 봤다.
눈 밑은 퀭했고,
표정엔 생기가 없었다.
나답지 않았다.
그래서 심리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용히 질문이 이어졌다.
"그 일 이후로,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감정이 뭐예요?"
나는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믿었는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는 감정요.
그게… 제일 오래가요.”
상담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믿음이 무너졌을 땐,
다시 나를 믿는 법부터 배워야 해요.”
그래서 나는 연습하고 있다.
다시 나를 믿는 연습,
내 감정을 회복하는 연습,
내 인생의 주인으로 서는 연습을.
요즘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말한다.
"나는 나를 믿어.
나는 나를 다시 사랑할 거야."
작은 루틴도 만들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하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하루 한 번은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SNS에 내 하루를 남긴다.
누가 봐주든, 안 봐주든 상관없다.
지금은, 내가 나를 응원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나를 브랜딩하기로 했다.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나라는 이름을 다시 빛내기로 했다.
그녀와의 관계는 끝났지만,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믿고, 나를 키우며
브랜드평판 1위까진 아니더라도
내 삶의 평판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나는 상처 입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나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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