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어쩌면 이 편지는 나 자신에게 쓰는 일종의 각서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 모든 일을 끝낸 후에도 흔들릴지 모르는 ‘나’에게 남기는 다짐일지도.
당신이 겪은 고통과 분노, 치욕과 무력감을 내가 잊지 않도록.
그리고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그 감정을 허락하지 않도록.
너무 많은 날을 의심하며 살았다.
바뀐 말투, 달라진 눈빛, 갑작스레 정성 들인 화장, 늦은 귀가.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믿음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불편한 직감을 외면했다.
하지만 진실은, 잊으라고 해도 자꾸만 돌아오는 기억처럼
나를 끝끝내 괴롭혔다.
그녀는, 아내는 그렇게 변해 있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나에게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문자, 그녀의 외출.
모든 것이 상간남과의 시간 속에서 더 생기를 띠고 있었다.
핸드폰 한 줄의 메시지,
“오늘도 생각나. 보고 싶어.”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그녀의 입에서 직접 상간남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에서 만났는지, 얼마나 자주 봤는지,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는지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존재가 허무해졌다.
그리고 그 허무함은 점점 분노로 타올랐다.
아이 앞에서는 참고 또 참았다.
울지 않았고, 소리 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밤마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주저앉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삭였다.
“아빠가 무너지면 안 된다.”
그 생각 하나로, 매일 살아냈다.
결국 나는 행동했다.
상간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변호사를 선임했고,
소장을 접수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해줘야 했다.
“당신의 행동은 나의 인생을 망가뜨렸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상간남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무응답이 나를 더 분노하게 했다.
자신들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조차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끔찍했다.
결정문이 도착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처음엔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변호사는 말했다.
“이건 사실상 법원이 당신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상대방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고,
판사님은 매우 강하게 이 사건을 본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인정해준다고 느꼈다.
상간남의 이름과 함께
조정금 2천만 원,
그리고 재접촉 시 회당 100만 원의 위약 조항.
그 문장은 단순한 금전적 조항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당신은 더 이상 그 사람의 인생에 발을 들이지 마라”
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나는 선택했다.
판결로 가지 않기로.
시간을 더 들이고,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내 시간을 빼앗았고,
내 신뢰를 짓밟았고,
내 가족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내 분노와 에너지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아이를 지키기로 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아빠, 요즘 자주 안 웃어.”
그 말에 나는 미칠 뻔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내 인생의 다음 장에는,
분노보다 따뜻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제 아내는 나에게 더 이상 감정의 대상이 아니다.
원망도, 기대도, 바람도 없다.
그녀는 이미 나의 세계 밖에 있다.
지금은 아이의 엄마일 뿐이고,
나는 아이의 아빠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상간남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의 이름은 법원 결정문 속 문장일 뿐이다.
나는 그를 증오하지 않는다.
대신, 그와 같은 사람을 다시 내 삶에 들이지 않을 준비를 끝냈다.
이 편지를 쓰며 나는 다짐한다.
“앞으로는 나를 먼저 믿을 것.
내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
그리고 나를 배신하는 사람에게 다시는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을 것.”
나는 이제 나를 지킬 것이다.
법은 내 편이었고,
현실은 내 등을 떠밀었고,
내 아이는 내 손을 잡아줬다.
이제는, 내가 내 편이 되어야 할 시간이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이고
‘우리 아이’이고
‘다시 만들어갈 내 삶’이다.
더 이상 되묻지 않을 것이다.
왜 그랬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진심이었는지.
그 모든 질문은
이미 답을 들을 자격도 없는 이들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들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아버지이고,
한 인간이고,
상처를 겪고도 무너지지 않은 살아 있는 증거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를 더 많이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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