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이혼한 후에도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가 정말 있나요?

한해동안 2025. 6. 2. 06:49

처음엔 그냥… 잠깐 그랬겠지 싶었다.

아내가 핸드폰을 자꾸 숨기듯 들고 다녀도,

어디 다녀왔냐는 질문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해도,

그래, 스트레스가 많겠거니 했다.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감이라는 건,

놀랍도록 정확했다.

내 마음 깊은 곳이 어딘가 계속 불편했다.

그 감정이 끝내 내 손으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 줄은,

그땐 몰랐다.

그날, 그녀의 노트북.

작업을 돕겠다고 켰다가

우연히 남겨진 메시지를 보았다.

‘보고 싶다’는 말,

‘당신 덕분에 살 것 같아’라는 문장.

보낸 이는 상간남이었다.

순간, 내 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심장이 아닌 위장이 먼저 뒤틀렸다.

그녀가, 나의 아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한 말들을 건네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차갑게 대했던 그 입술로.

아무 말도 못 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물도, 분노도 아닌

공허함이 밀려왔다.

내가 만든 이 집이,

이 결혼이,

내가 지키려 애썼던 가정이

너무도 조용하게 배신당하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에게 물었다.

아주 조용한 저녁, 아이들이 잠든 뒤.

“그 사람… 누군데.”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회사 사람이야.

그냥… 내가 힘들었을 때 옆에 있었어.”

“그럼 나는?”

“나는 평생 옆에 있었잖아.”

입술 끝까지 맺혔던 말이

결국 터지지 못하고,

가슴 안에서 터졌다.

그녀는 울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당신한테 미안해서… 계속 말도 못 하고.”

하지만 그 눈물은

내게 닿지 않았다.

진심인지, 후회인지,

아니면 들켰다는 공포인지

나는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아이 옆에 누워

아이의 손을 잡고 오래도록 울었다.

아이의 손은 작고 따뜻했고,

그 온기만이

내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유 같았다.

처가에도 사실을 알렸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의 억울함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이성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너무 몰아붙이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싸움에서 혼자라는 것을.

내 상처를 인정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이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만 보면

또 멈칫하게 되었다.

“아빠, 우리 여름에 캠핑 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끝내더라도, 아이에게는 끝이 아니게 하자.

아이에게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더럽혀지지 않게 하자.

그녀는 이상하게도,

며칠 뒤부터 갑자기 ‘좋은 아내’가 되기 시작했다.

밥을 차리고,

내 셔츠를 개어주고,

아이에게 내 얘기를 먼저 꺼냈다.

“아빠가 힘든 일이 많을 텐데… 우리 잘하자.”

나는 알았다.

그녀는

잘하려는 게 아니라,

놓치기 두려운 걸 지키려는 중이었다.

사랑이 아니라

생활이 무너질까 두려운 마음.

상간남이 진짜 기대할 사람이 아니었단 걸 깨달은 후

돌아온 후회.

나는 그 감정을

용서가 아닌, 판단으로 받아들였다.

“재결합”이라는 단어를

혼자 수십 번 되뇌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결합하는 부부가 있다고 들었다.

아이를 위해,

상대가 진심으로 변했기 때문에,

혹은 너무 외로워서.

나는 그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변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야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외롭고 싶지 않았다.

거짓된 관계 속에서

계속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로운 감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변호사와 상담을 시작했다.

내가 준비해야 할 현실은 많았다.

아이 양육 문제,

재산 정리,

그리고 친권.

서류를 정리하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갔다.

그녀와 처음 여행을 갔던 기억,

아이 태어난 날 함께 울었던 장면,

밤늦게까지 거실에서 나눈 소소한 이야기들.

다 지나간 일이다.

이젠,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오늘,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아이의 뺨에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빠, 나 요즘 꿈이 생겼어.”

“뭔데?”

“나중에 커서 아빠랑 여행 많이 다니는 거.”

그 말이

내게 주는 위로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래,

나는 이 아이의 ‘안전한 세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한 사람의 삶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아내를 원망한다.

아직 다 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선택이 옳든,

아니든,

이제는 내 삶에 내가 책임질 것이다.

“너는 휘어졌지만, 부러지진 않았어.”

내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그녀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땐

내가 중심에 서서 선택할 것이다.

아이를 지키는 삶,

나를 아끼는 삶.

그 위에 있는 사람만

이제 내 옆에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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