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후에도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가 정말 있나요?
처음엔 그냥… 잠깐 그랬겠지 싶었다.
아내가 핸드폰을 자꾸 숨기듯 들고 다녀도,
어디 다녀왔냐는 질문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해도,
그래, 스트레스가 많겠거니 했다.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감이라는 건,
놀랍도록 정확했다.
내 마음 깊은 곳이 어딘가 계속 불편했다.
그 감정이 끝내 내 손으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 줄은,
그땐 몰랐다.
그날, 그녀의 노트북.
작업을 돕겠다고 켰다가
우연히 남겨진 메시지를 보았다.
‘보고 싶다’는 말,
‘당신 덕분에 살 것 같아’라는 문장.
보낸 이는 상간남이었다.
순간, 내 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심장이 아닌 위장이 먼저 뒤틀렸다.
그녀가, 나의 아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한 말들을 건네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차갑게 대했던 그 입술로.
아무 말도 못 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물도, 분노도 아닌
공허함이 밀려왔다.
내가 만든 이 집이,
이 결혼이,
내가 지키려 애썼던 가정이
너무도 조용하게 배신당하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에게 물었다.
아주 조용한 저녁, 아이들이 잠든 뒤.
“그 사람… 누군데.”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회사 사람이야.
그냥… 내가 힘들었을 때 옆에 있었어.”
“그럼 나는?”
“나는 평생 옆에 있었잖아.”
입술 끝까지 맺혔던 말이
결국 터지지 못하고,
가슴 안에서 터졌다.
그녀는 울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당신한테 미안해서… 계속 말도 못 하고.”
하지만 그 눈물은
내게 닿지 않았다.
진심인지, 후회인지,
아니면 들켰다는 공포인지
나는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아이 옆에 누워
아이의 손을 잡고 오래도록 울었다.
아이의 손은 작고 따뜻했고,
그 온기만이
내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유 같았다.
처가에도 사실을 알렸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의 억울함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이성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너무 몰아붙이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싸움에서 혼자라는 것을.
내 상처를 인정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이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만 보면
또 멈칫하게 되었다.
“아빠, 우리 여름에 캠핑 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끝내더라도, 아이에게는 끝이 아니게 하자.
아이에게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더럽혀지지 않게 하자.
그녀는 이상하게도,
며칠 뒤부터 갑자기 ‘좋은 아내’가 되기 시작했다.
밥을 차리고,
내 셔츠를 개어주고,
아이에게 내 얘기를 먼저 꺼냈다.
“아빠가 힘든 일이 많을 텐데… 우리 잘하자.”
나는 알았다.
그녀는
잘하려는 게 아니라,
놓치기 두려운 걸 지키려는 중이었다.
사랑이 아니라
생활이 무너질까 두려운 마음.
상간남이 진짜 기대할 사람이 아니었단 걸 깨달은 후
돌아온 후회.
나는 그 감정을
용서가 아닌, 판단으로 받아들였다.
“재결합”이라는 단어를
혼자 수십 번 되뇌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결합하는 부부가 있다고 들었다.
아이를 위해,
상대가 진심으로 변했기 때문에,
혹은 너무 외로워서.
나는 그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변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야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외롭고 싶지 않았다.
거짓된 관계 속에서
계속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로운 감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변호사와 상담을 시작했다.
내가 준비해야 할 현실은 많았다.
아이 양육 문제,
재산 정리,
그리고 친권.
서류를 정리하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갔다.
그녀와 처음 여행을 갔던 기억,
아이 태어난 날 함께 울었던 장면,
밤늦게까지 거실에서 나눈 소소한 이야기들.
다 지나간 일이다.
이젠,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오늘,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아이의 뺨에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빠, 나 요즘 꿈이 생겼어.”
“뭔데?”
“나중에 커서 아빠랑 여행 많이 다니는 거.”
그 말이
내게 주는 위로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래,
나는 이 아이의 ‘안전한 세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한 사람의 삶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아내를 원망한다.
아직 다 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선택이 옳든,
아니든,
이제는 내 삶에 내가 책임질 것이다.
“너는 휘어졌지만, 부러지진 않았어.”
내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그녀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땐
내가 중심에 서서 선택할 것이다.
아이를 지키는 삶,
나를 아끼는 삶.
그 위에 있는 사람만
이제 내 옆에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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