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외도라는 개인적 상처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한해동안 2025. 5. 20. 01:25

오늘도 아침은 평소처럼 시작되었다. 아이는 학교에 갔고, 나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멍하니 식탁에 앉아 있었다. 일상이란 게 이렇게 허무한 걸까. 웃고 떠들던 우리 집 거실이 이토록 조용한 적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가장 낯선 건 내 마음이었다. 분노보다 앞선 무기력,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든 배신감.

그녀의 외도를 처음 의심하게 된 건 사소한 변화 때문이었다. 늦은 귀가, 달라진 향수, 자주 울리는 핸드폰 알림음. 그녀는 항상 피곤하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모든 게 그녀의 말과 달랐다. 믿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 무너지는 건, 내 탓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날, 우연히 본 톡 알림. 상간남과의 대화였다. 너무도 친밀하고 일상적인 말투. 그 톡을 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누군가 내 가슴을 망치로 내리치는 느낌이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상처가 아니라, 전신 골절처럼 느껴졌다.

“오늘 점심은 네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 어때?”

“주말엔 그 카페 다시 가자.”

그 대화에서 나는 없었다. 가정도 없었다. 아이도 없었다. 오로지 두 사람만의 세계. 그 안에서 그녀는 다시 스무 살처럼 설레어 있었다.

그녀를 추궁했을 때, 그녀는 울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잘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눈물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았다. 울음이 멈춘 뒤 그녀는 냉정했다. “나도 사람인데, 사랑받고 싶었다”는 말은, 내 가슴에 다시 못을 박았다.

그녀는 더 이상 내 아내가 아니었다. 법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한, 낯선 여자일 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를 지켜보는 감시자가 되었다. 핸드폰 위치 추적, 통화내역 확인, 문자 복원. 점점 더 많은 증거가 쌓여갔다. 그리고 상간남의 존재도 또렷해졌다.

나는 상간남의 회사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보냈다. 그녀가 나와 찍은 결혼식 사진, 그리고 딸아이의 그림.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답이 없었다. 그녀는 분노했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하지만 나는 참았다. 모든 감정을 꾹 눌렀다. 그리고 변호사를 찾았다. 상간자 소송을 준비했고, 이혼 소송도 병행했다. 그녀는 처음엔 당당했다. 하지만 상간남이 연락을 끊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표정이 바뀌었다. 다시 울었다. 아이를 생각하자고 했다. 가족을 지키자고 했다.

“지금 와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가족은 지켜지는 게 아니라, 지켜온 거야.”

법원에 출석하는 날,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판사는 묻는다. “화해 가능성은 없습니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이미 충분히 무너졌습니다.”

아이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그 아이에게 어떤 가정을 남겨줘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상처받은 진실이, 거짓된 평화보다 낫다는 것을.

지금 나는 혼자 살고 있다. 퇴근 후 혼자 차려먹는 저녁밥, 아이가 주말에 와서 웃어주는 그 한순간이 내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나는 버티고 있다. 무너졌지만, 부서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아직도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진짜 용서해야 할 사람은, 지난 수년간 나 자신을 무시하며 참고 살아온 바로 ‘나’라는 걸.

이제 나는 나를 위해 산다. 나를 위한 운동, 나를 위한 공부, 나를 위한 재정계획. 다시는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오늘, 나는 일기장에 썼다.

“나는 이제야 나로 살아간다.”

#외도 #상간자소송 #남편의일기 #이혼회복 #마음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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