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나도 겪어봤어, 그래서 네가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한해동안 2025. 5. 12. 01:15

오늘 문득, 3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너랑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적는다.

처음 알았을 때,

그러니까 그녀와 상간남의 흔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심장이 진짜 멈추는 줄 알았다.

그게 단순히 ‘배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됐거든.

"내가 뭐가 부족했지?"

"내가 뭘 잘못했나?"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고,

그녀보다도 먼저,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게 제일 위험한 거더라.

사실, 외도를 저지른 사람보다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그 마음이

사람을 먼저 무너뜨려.

처음 몇 주간은 거의 잠을 못 잤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다가도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지.

아이 앞에서 웃는 척하느라

매일 밤이면 혼자 화장실에서 울었고.

주변에 말도 못 했어.

누가 나한테 ‘그래도 남자가 참아야지’라는 소리라도 하면

진짜 주저앉을 것 같았거든.

나는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게 전부였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라.

그 일이 인생의 끝은 아니더라.

물론 처음엔 시간이 미웠어.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들지.

근데 진짜 시간이 필요한 건

상처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사는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더라고.

그녀가 왜 그랬는지,

상간남은 어떤 인간인지

이유를 파헤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일이 내 자존감까지 끌고 가게 놔두면 안 된다는 거야.

난 그때 누군가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네 잘못 아니다."

"지금은 아플 수밖에 없다."

"근데 이 감정, 너한테 너무 오래 머물게 하지 마라."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너는 교통사고를 막 겪은 사람이야.

차가 박았고, 뼈가 부러졌고, 정신은 멍한 상태지.

근데 사람들은 자꾸 네게 말해.

"이제 그만 울어야지."

"그래도 애 생각해서 참고 살아야지."

근데 아니야.

당장 걷지 말고, 당장 참지 말고, 아프다고 말해도 돼.

그리고 알아둬.

후유증은 남아.

다 나은 줄 알았는데도

어느 날 불쑥,

그녀가 했던 말이나 표정이 떠올라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해.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게 널 약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아니야.

그건 그저 사람이기 때문에 겪는 정상적인 감정일 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네가 할 일은,

그 상처를 네 안에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야.

그걸 외면하지 말고,

누군가한테 잘 보이려고 감추지도 말고.

스스로한테 말해줘.

"난 지금 다쳤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나도 그랬거든.

끝내 이혼했고,

아이랑 주말마다 보면서

조금씩 내 삶을 다시 만들고 있어.

완벽하진 않아.

근데 말이지,

지금 나는 내 삶이 부끄럽지 않아.

버틴 시간, 견딘 시간,

그걸 지나온 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됐거든.

네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아.

용서하든, 이혼하든, 일단 멈춰 있든.

정답은 없어.

근데 단 하나,

너 자신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는 어쩔 수 없지만

자존감은 지킬 수 있어.

이 말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너는 잘 살 수 있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끝났든,

너는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야.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네 편이 되어야 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건너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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