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내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순간.
그때의 공기, 소파의 감촉, 핸드폰 화면에 비친 푸른 빛까지도.
아내는 평소처럼 거실에서 아이와 놀다 잠들었다.
나는 간단히 설거지를 하고 돌아왔고,
그녀 옆에 놓인 핸드폰이 반짝였다.
별 생각 없이 손에 들고 본 알림창.
하트, 이모티콘,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
“오늘도 보고 싶어요.”
그 한 줄이 내 모든 걸 뒤흔들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정지 버튼을 누르듯 내 숨이 멎었다.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곁에서 자는 아내의 숨결이 낯설었다.
그녀의 향이, 목소리가,
모든 것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처음 며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식사도, 대화도, 아이와의 시간도
모두 어색하고 무의미했다.
나는 마치 유령처럼 떠돌았다.
아내는 몰랐다.
내가 무엇을 본 것인지.
그래서 평소보다 더 다정했다.
이상하게 웃었고, 이유 없이 나를 안았다.
그 모든 것이 역겨웠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한밤중, 나는 결심했다.
증거를 모으자.
이대로 끓는 화를 품은 채
평생을 살 수는 없었다.
내 마음속 분노와 슬픔은
이제 방향을 잃은 독처럼 퍼지고 있었다.
탐정사무소를 찾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
그리고 며칠 후, 메일이 도착했다.
“목요일 저녁, 상간남과 호텔 입장.
1시간 30분 체류.
룸서비스 기록 확인됨.”
파일을 여는 손이 떨렸다.
문서에 찍힌 날짜와 시간,
사진 속 웃고 있는 아내.
내가 본 적 없는,
다른 남자 앞에서의 표정.
심장이 조여 왔다.
이건 현실이었다.
아내는 외도를 저질렀고,
그 대상은 상간남이었다.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났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아빠~” 하며 품에 안겼고,
나는 그 아이를 안고 조용히 울었다.
사랑했던 아내,
믿었던 가정,
모두 무너졌는데
나는 아직도 집에 있었다.
친구에게 처음 털어놓던 날,
소주를 몇 잔이고 마시며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친구는 말했다.
“합의금 받고, 상간소송해.
당신이 지켜온 게 얼마나 큰데.
이대로 넘어가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 남아서가 아니라,
이젠 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을 열고 사진을 다시 본다.
확실한 증거, 그녀의 웃음,
내가 전혀 몰랐던 모습.
상간남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직업도 평범하며,
딱히 매력적인 구석도 없었다.
단지, 돈이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자문했다.
“내가 그보다 못한가?”
“내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부족했나?”
하지만 아무리 되짚어봐도
나는 그녀를 나름대로 사랑했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던졌던 사람이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 다.”
그녀는 처음엔 부정하더니
이내 울면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외로웠어.”
그 말이 가장 치욕적이었다.
외로웠다고?
그렇다면 나는 뭐였나?
아이 키우느라 바쁘고,
회사 일에 치여도
나는 매일 같이 그녀를 걱정하고 챙겼는데.
그 모든 시간을
그녀는 ‘외로움’이라 말한다.
어느 날,
나는 말해버렸다.
“다시 나랑 관계를 가지자.”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이 무서워.”
그 말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나와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간남과는 잠자리를 함께한 그녀.
그 자체가
내 존엄을 부수는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같은 집에 산다.
아이 때문이었다.
내가 떠나면, 아이는 무너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버틴다.
이 치욕, 모멸, 절망을 삼키며
나는 오늘도 아이 앞에서 웃는다.
아내는 말한다.
“시간이 필요해.”
나는 속으로 되뇐다.
나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나는 진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진심은 사치였을까.
아니면 이미 끝난 마음이었을까.
나는 매일 저녁, 아이가 잠들면
혼자 거실에서 술을 마신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겠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이 상처, 이 수치, 이 모멸.
모두 견뎌내고
결국 나는 나를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누가 더 무너졌는지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아직도 매일 흔들리지만,
더는 부러지지 않기로 다짐한다.
나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이 집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가 나를 구원해줄 것임을
나는 믿는다.
#아내외도
#상간소송
#남편의고통
#배신감
#가정의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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