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저는 피해자인데 왜 돈을 줘야 하나요

한해동안 2025. 6. 20. 00:51

그녀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손에 쥔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눈앞이 흐려졌다.

화면 속에는 그녀와 상간남이 주고받은 대화가 있었다.

"오늘 밤도 기다릴게요",

"남편 몰래 와줘서 고마워."

그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사랑했기에, 믿었기에, 나의 모든 일상을 함께했던 사람이었기에 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더 끔찍했던 건,

그녀와 상간남의 대화 내용보다,

그 이후 벌어진 '합의'와 '위자료'의 이야기였다.

며칠 전, 상간남의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이라도 조용히 정리하죠.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 없잖아요."

말은 그럴싸했다.

나는 처음엔 조용히 끝내자는 말이 고마웠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제안했다.

"그럼, 1000만 원 드리고 마무리하시죠."

하지만 며칠 뒤, 그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1500은 받아야겠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더 많은 돈을 줘야 하지?

그가 말하는 태도엔 이상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마치 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이건 쌍방 유책이 아니라, 분명히 내 아내가 잘못한 일이다.

나는 그의 아내를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왜 나에게 위자료를 요구하는가?

처음엔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나 싶었다.

나는 그녀를, 내 아내를 다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울면서 빌었고,

아이를 봐달라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들을 듣는 동안, 나는 내 안의 모든 감정을 눌러야 했다.

분노, 배신감, 무력감…

그리고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미련.

“그래, 가정을 지키자.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아.”

그 결심으로 나는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용해 내게 협상을 걸어온 사람이

정작 상간남의 배우자라는 건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는 계속 내게 연락을 해왔다.

문자, 전화, 심지어 협박성 메시지까지.

"당신 아내가 인정했잖아요.

당신 책임도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위자료 주시면 조용히 넘어갈게요."

웃기지 마라.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맞고소.

모든 문자, 녹음, 통화 기록을 변호사에게 넘겼다.

상간남과 아내가 농담처럼 주고받던 은밀한 대화들,

둘이 웃으며 과거를 회상한 녹취록,

그리고 그 남편이 나에게 보낸 협박성 메시지까지.

변호사는 말했다.

“이건 충분히 역공격 가능합니다.

오히려 형사적인 문제로도 접근할 수 있어요.”

처음엔 가슴이 뛰었다.

내가 이런 싸움을 해야 하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곧 확신이 생겼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내 자존감과 상처를 지키는 싸움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 남편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 “쌍방 책임입니다. 당신이 고소하면 저도 맞고소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연락은 차단합니다.”

그리고 차단했다.

그 순간, 나는 피해자에서 주체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

“애 있잖아. 그냥 조용히 넘겨.”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이 진심으로 가정을 지키고자 했고,

그녀를 한 번 더 품어주기로 결심한 거라면,

그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니 당신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그 상처를 무시하게 놔두지 마라.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조용히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으로 자고 있을까.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답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마음속에 정리가 끝났다.

지금 나는 내가 나를 지키는 길을 걷고 있다.

누구보다 법적으로,

누구보다 정당하게,

누구보다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그녀는 다시 내게 물었다.

“당신, 그 사람 고소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나를 위해서 할 거야.”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도 더는 묻지 않았다.

내 감정을 설명하지도, 이해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내가 나의 변호사이고,

나의 판사이고,

나의 증인이다.

지금도 문자 하나 없이 차단된 그 사람은

나를 조용히 무서워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나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받은 고통은 작지 않다.

당신이 내린 용서의 결정도 절대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에도 당신의 자존감은 지켜져야 한다.

당신이 그걸 싸워서라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건 정당하고 옳은 일이다.

이제 나는 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그것이 진짜 회복이고, 진짜 복수다.

#상간소송

#맞고소

#외도위자료

#배우자외도

#쌍방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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