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배신과 침묵

한해동안 2025. 3. 29. 22:51

핸드폰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내 손이 떨렸다.

이게 현실이 맞는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메시지가

정말 내 아내의 것인지.

“오늘도 보고 싶어.”

“내일은 어디서 만날까?”

“당신이 있어서 숨 쉴 수 있어.”

…그리고 마지막 문장.

“사랑해.”

‘사랑해…?’

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건 내가 한참 전에 들었던 말이었다.

지금은, 상간남에게 향해 있는 말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가슴이 조여오는데,

분노보다 먼저 올라온 감정은 배신이었다.

“도대체 왜?”

나는 아내에게 헌신했다.

일에 치이고, 피곤해도

집에서는 웃으려고 했다.

아이들 앞에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고

아내에게도 좋은 남편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옆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몰랐던 시간 속에서,

나는 조용히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

사랑했다 해도,

그 사랑보다 쾌락이 컸던 걸까.

사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들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아내는 그 시간에도

아이들과 웃으며 놀고,

내게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려줬다.

그 모습이 더 끔찍했다.

그녀의 그 평온한 얼굴이.

나는 이 지옥을 매일 밥상 앞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양가 가족들에게 알렸다.

처가에서 돌아온 반응은

더 충격이었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걸로 이혼한다고?”

“네가 남편으로서 부족한 건 없었는지 생각해봤어?”

나는 속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그래. 결국 이럴 줄 알았지.”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내 고통엔 관심 없고,

그녀의 잘못을 덮으려 들었다.

그 순간, 나는 혼자가 되었다.

결국 나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상간남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지켜야만 했다.

변호사는 담담히 말했다.

“증거는 충분하네요.

승소 가능성 높습니다.

처가에서 뭐라 하든,

법은 감정이 아닌 사실로 판단하니까요.”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조금 안도의 숨을 쉬었다.

며칠 뒤,

소장을 접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상대방에게 공식적으로 통보가 갈 것이다.

그리고 곧장,

처가에서 전화가 왔다.

“이혼은 너무하잖아.

그냥 덮고 넘어가면 안 돼?”

“아이들도 있는데…”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아이들 때문에 지금까지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나를 위해서 끝내야 합니다.”

아내는,

소장을 받자

갑자기 다시 연락을 해왔다.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하자.”

“아이들 앞에서 이러는 건 아니잖아.”

“그 사람과는 끝났어…”

그녀는 울었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눈물을 믿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변호사 통해서 하세요.”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더 이상,

그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기로 했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와 함께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

상간남의 급여압류 가능성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정리하고 있다.

이젠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절차로 움직일 시간이다.

내가 처음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느꼈던

그 차가운 배신감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나는 피해자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할 아버지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게 말했다.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단단해지면 된다.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이제는 눈물도, 분노도

다 흘려보냈다.

나는 이제,

그저 끝을 향해

조용히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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