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외도,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한해동안 2025. 4. 19. 06:06

처음엔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아니, 적어도 내 아내만큼은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살았다.

하지만 모든 의심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그녀가 보낸 메시지들,

그녀의 일정을 빌미로 한 외출들,

그녀의 감정이 더 이상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다는 명확한 증거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상간남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녀와 언제부터 연락을 했는지

하나하나 파고들수록, 숨이 막혀왔다.

“그냥 술김에 실수한 거야.”

“그 사람은 그냥 위로해준 거야.”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말한 변명들은

하나같이 빈 껍데기 같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철저했다.

핸드폰 잠금, 통화기록 삭제,

SNS에서 ‘부부’ 흔적 모두 지우기까지.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은폐였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그녀는 선택했다.

유혹이 앞에 있을 때 외면하지 않았고,

그 유혹을 즐기기 위해

나와의 삶을 배경처럼 뒤로 밀어두었다.

상간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그녀가 유부녀인 걸 몰랐을까?

정말로?

같이 밤을 보내고, 선물을 주고받고,

누가 봐도 깊어진 감정을 나누면서도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그건 거짓말이다.

아니면, 거짓말을 믿기로 한 자기기만이거나.

"조심하자. 남편이 눈치 챌 수도 있어."

"이번 주는 애들 때문에 못 봐."

그녀가 그에게 보냈던 수많은 메시지들 안에

이미 그녀가 유부녀라는 증거가 넘쳐났다.

그런 걸 모른 척한 그는

그저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욕망을,

그녀는 즐겼다.

나는 이 모든 게,

그저 순간의 실수로 덮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걸어온 그 모든 계산된 행위들을

날카로운 칼날처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비밀 채팅 앱을 사용했고,

위치를 껐다 켰고,

야근을 가장했고,

심지어는 내 생일 하루 전날

그와 함께 호텔에 있었다.

그게 실수라고?

그건 계획이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철저하게 나를 배제한 선택.

상간남은 비싼 가방을 줬고,

그녀는 그걸 “내가 모아서 산 거야”라며 나에게 자랑했다.

나는 “예쁘다”고 말했다.

그때의 내 표정이 얼마나 어리석었을지,

생각만 해도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녀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았을 것이다.

아니, 바보이길 바랐겠지.

그래야 이중생활이 더 오래 유지될 테니까.

나는 이 결혼이 언제부터 무너졌는지 모른다.

어쩌면 처음부터 허상 위에 세운 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녀는 선택했다.

나를 배신할 수 있는, 그리고 후회 없이 밀어붙일 수 있는

그 선택의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부여했다.

나는 이제,

누구에게 분노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상간남은 공범이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은 아내였다.

결혼서약을 지키지 않은 사람,

가정을 무너뜨린 사람,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있었던 사람.

나는 이 일기를 쓰며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실수"라는 말로 덮고 가는 삶은 살지 않겠다.

누군가의 계획된 배신 앞에

내 자존심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나는 지금,

그녀의 실수가 아니라

그녀의 ‘선택’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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