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자 깨어 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창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얼굴을 때린다.
시린 게 아니라 따끔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내의 외도를, 그리고 장모님의 말을.
---
그날, 우연히 듣게 된 통화였다.
나는 아내가 방 안에서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장모님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렸다.
> “엄마, 나 이제 정리하려고…”
> “왜? 멋진 남자던데. 탐나지 않냐?”
> “…뭐?”
> “나는 솔직히 네가 그 남자 만나는 게 자랑스러워.”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장모님이… 내 아내의 외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숨이 목에 걸렸다.
그대로 방 문을 열었다.
> “지금 뭐라고 했어…?”
아내가 화들짝 놀라 돌아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모든 게 확인됐다.
숨기고 있던 감정,
덜컥 들켜버린 죄책감,
그리고… 어쩌면 한때 사랑했던 나에 대한 무관심.
---
그날 이후,
나는 아내와 마주 앉아
모든 걸 물었다.
그녀는 처음엔 부인했다.
“그냥 친구야.”
“그 사람은 위로가 되어줬을 뿐이야.”
하지만 대화 내용, 사진, 문자, 호텔 영수증까지
내 손에 쥐어진 증거들을 보여주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
몇 시간 뒤,
나는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외도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 더 믿기지 않았던 건
장모님이 그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어머니, 저예요.”
> “어머, 우리 사위. 무슨 일이니?”
그녀는 평소처럼 다정했다.
그 말투가 그날따라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 “저 다 알고 있습니다.
아내가 바람피운 거.
그리고 어머니가 그걸 부추겼다는 것도요.”
순간,
전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이어진 장모님의 말.
> “네가 못하니까 그런 거 아니니?”
> “…….”
> “우리 딸이 얼마나 멋진 줄 알아?
그 남자도 괜찮던데.
난 사실… 너랑 결혼한 것보다
지금 만나는 그 남자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나는 숨을 삼켰다.
분노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같은 가족이라 착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 “그런 말씀 하셨죠.
‘사위는 아들 같다’고.”
> “그 마음은 진심이었지.
하지만 너 너무 무른 애잖아.
여자 하나 만족시키지도 못하면서.”
그 순간,
내 심장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박살나는 소리가 났다.
---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아내와 장모님 사이에 나라는 사람은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음을 인정했다.
---
그날 밤, 아내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 “엄마랑 통화했어?”
> “어.
다 들었어.
네 외도가 자랑스럽대.”
아내는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소리치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 “그래서 물을게.
넌 엄마 말 듣고,
계속 그 남자 만날 거야?
아니면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이 가정을 선택할 거야?”
잠시의 침묵.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상간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난 가족을 지킬 거야.”
그 말이 나를 위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내 눈앞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내가 움직일 기준점이 되어줬다.
---
나는 이제 감정을 쏟지 않는다.
장모님이 뭐라 해도,
남편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해도
이젠 듣지 않는다.
며칠 후,
장모님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 “너, 우리 집에 와서 뭐 하려는 거야?
동네 망신이라도 주려고?”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
> “네가 감히—”
뚝.
나는 전화를 끊었다.
---
그 이후로,
나는 내 삶을 되찾기 시작했다.
위치 공유를 요구했다.
외출 시 무조건 보고하게 했다.
상담 치료를 함께 받자고 했다.
아내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받아들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이 가정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
그리고 동시에,
나는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헬스장 등록.
나만의 공간 정리.
잊고 지낸 취미 다시 시작.
예전엔 아내 눈치 보느라 못하던 것들이다.
이제는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중심에 있다.
---
며칠 뒤,
장모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나는 문 앞에서 말했다.
> “어머니, 저희 집에 오지 마세요.”
> “뭐?”
> “제 아내는 어머님의 딸이지만,
이제 저에게는 다시 ‘아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 가정에 개입하지 마세요.”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돌아섰고,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
나는 오늘도 아내와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고,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직도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내가 나를 먼저 지킨다는 사실이
나를 덜 무너지게 만든다.
---
이제 나는 안다.
사랑만으로는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신뢰가 무너졌을 땐,
나 자신부터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지금,
그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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