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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싸움의 끝에서

새벽 3시.잠에서 깼다. 아니, 사실은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이상하게도 요즘은 새벽만 되면 심장이 먼저 깨어난다.오늘도 그랬다.몸을 뒤척이다가,불 꺼진 거실로 나왔다.​테이블 위에 놓인 아내의 휴대폰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내가 손에 쥔 것도 아니고, 알림을 억지로 켠 것도 아니다.그저…알람창에 떠 있던 그 한 문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자기야, 주말엔 못 보는 거야?”​​​그 순간,나는 모든 걸 알아차렸다.​​---​그녀는 내 아내였다.함께 산 지 7년.서로의 아픔을 안다고 믿었던 시간들이었다.아이도 있고,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었다.​그런데,그 ‘가족’이 누군가의 메시지 하나에 무너졌다.정확히 말하자면,아내의 외도,그리고 그 상대인 한 남자.​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다.자기야라는 말을 ..

갈림길 앞에서

오늘은 아이가 소풍을 갔다.아침부터 도시락을 싸고, 물병에 이름 붙이고, 신발끈까지 묶어주면서 웃었다.정말 많이 웃었다.근데 웃고 나니까 더 아팠다.​그 애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그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이제는 당신이 결정해.”​정말, 이제 내가 정해야 할까.이 결혼을 끝낼지,한 번 더 믿어볼지,아니면… 그냥 잠시 멀어질지.​​---​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가슴이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돈이 많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하지만 성실했고, 집안일도 했고, 아이를 키우는 데 누구보다 헌신했다.퇴근하고 와서 장난감 치우고, 밥 하고, 아이 책 읽어주고, 잠재우고…내가 사랑했던 사람은그런 나를 보며 “고맙다”고 했었다.​근데 그 입술로다른 남자와 “사랑..

아내의 배신과 선택의 기로

출근 전에 딸아이 등교를 챙겼다.김밥 싸달라고 해서 일찍 일어났다.전날 밤, 칼질 연습을 했는데, 새벽에 그걸 써먹게 될 줄은 몰랐다.​나는 그런 아버지다.학교 알림장도 내가 보고,학원비 이체도 내가 하고,병원 예약도 내가 하고.내가 이 집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정작 아내는 모른다.​내가 이렇게까지 아이를 챙기는 이유는 하나다.그녀가 바쁘니까.일도 많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다.정말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사실 지금까지도, 그런 아내가 나와 결혼해준 게 신기했다.​그래서 더 조심했다.비교당하지 않으려고,기죽지 않으려고,애쓰고 또 애썼다.​그런데… 그게 무너진 건,선명한 란제리 하나 때문이었다.​3주 전.우연히 옷장을 정리하다가 낯선 속옷을 발견했다.일본 영상에서나 봄직한,선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