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거울 앞에 섰다.면도를 하려다 문득, 내 얼굴이 낯설었다.피곤해서일까, 나이 들어서일까,아니면…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일까.확실한 건, 예전엔 저 눈빛 속에 웃음이 있었다는 거다.지금은 뭐랄까.싸우다 지쳐서 겨우 선 사람 같은 눈.그래도 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그녀의 외도를 처음 알았을 땐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되짚었다.회사일에 치여서,아이가 어려서,혹은 내가 예전보다 무심해졌나.나는 내 죄를 찾느라 바빴다.그런데 이상하지.나한테 벌어진 일인데,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미안하다고 했다.몇 번쯤은 울기도 했다.하지만 그 눈물은 마치 연기 같았다.죄책감의 눈물이 아니라들킨 사람의 눈물처럼.그래서 내가 물었다.“그 사람을 사랑했어?”그녀는 대..